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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정서의 보편성과 특수성

 

정서의 보편성과 특수성

 

정서 경험에 인지적 과정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은 여기에 문화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정서 경험과 문화를 보는 입장을 보편주의적 관점과 구성주의적 관점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보편주의적 관점에서는 인간이 경험하는 정서의 내용이 보편적이고 범문화적이며 생물학적으로 미리 결정된 자기 유지 및 자기 조절의 과정이기 때문에, 같은 정서를 경험할 때는 누구나 동일한 생리적 변화를 바탕으로 한다고 본다 (Buck, 1988; Ekman, 1971 등). 반면 구성주의적 관점은 정서를 사회문화적 과정에 의해 영향받고 구성되는 것으로 본다(Averill, 1985; Harre’, 1986; Markus& Kitayama, 1991a 등). 즉, 정서는 사람들이 상호관계 속에서 명명하고 정당화하머 설득하는 문화적 및 관계적 산물로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정서적 의미는 개인적으로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의 결과로 나타난다(Lulz, 1988).

 

 

1. 보편주의적 관점


정서가 보편적이라는 주장은 진화론에 근거하고 있다. Darwin은 인간의 다른 행동들과 마찬가지로 정서도 진화한 것이라 생각했다. Darwin에 따르면, 정서는 반복적으로 출현하는 환경조건에 적응하기 위해 고안된 정신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Darwin, 1872). 인류가 살아오면서 생존을 위해 겪어야 했던 수많은 사건들(예를 들면, 태어남, 죽음, 투쟁, 갈등등)은 특정한 유형의 정서 반응들을 유발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가까운 이의 죽음에 슬퍼하고 자녀의 출생에 기뻐하며 누군가 자신의 물건을 빼앗아 갈 때 분노한다. 따라서 특정 상황에서의 특정 유형의 정서적 반응은 모든 인간에게서 보편적으로 나타날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기본정서에 대한 표정 인식연구. 정서의 보편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주된 연구의 흐름은 다른 문화권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표정을 연구하는 것이다. Ekman과 Friesen(1971)은 같은 사람의 얼굴 표정 사진을 다양한 국가의 관찰자들에게 제시하고 각 표정에 적절한 정서의 이름을 붙이도록 했다. 특정 정서의 표정이 보편적이라면 그 정서에 대한 판단은 문화 보편적일 것이다. 그 정서에 대한표정이 문화에 따라 다르다면 그에 대한 판단은 문화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여섯 가지 기본 정서 즉 분노, 공포, 혐오, 슬픔, 행복, 놀람에 대한 평가가 다섯 문화에서 상당한 정도로 일치하였다.

정서 표정에 대한헝가리, 일본, 폴란드, 미국, 베트남 사람들의 판단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문화에 따른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Biehl et al., 1997). 특히, 행복, 놀라움, 노여움, 혐오, 두려움, 슬픔, 경멸 등의 7가지 기본 정서 표현은 문화권에 관계없이 유사하다는 것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연구는 연구에 참여한 관찰자들의 문화가 모두 산업화된 문명사회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즉, 관찰자들은 제시된 얼굴의 표정에 익숙해 있고 이를 해석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문자가 없는 뉴기니의 두 부족을 대상으로 연구하였다. 원주민들에게 서양인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고 표정이 나타내는 정서를 물었을 때, 그들의 해석은 서양인들의 해석과 거의 일치하였다. 그런 다음, 다른 부족 구성원들에게 상이한 정서를 경험할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를 나타내보도록 한 뒤 이들의 사진을 미국인들에게 보여주었다. 그 결과, 그들은 뉴기니 부족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주민들이 느끼는 정서를 구분하였다(Ekman, Sorenson, & Friesen, 1969). 산업화되지 않은 문화의 구성원들이 지은 표정 역시 산업화된 문화의 그것과 일치한다는 결과는 정서 표현과 판단의 보편성을 지지하는 증거이다. 

 

영유아 연구 및 맹인 연구. 정서가 보편적인 기제라면 전 세계의 아동들(신생아 혹은 유아)이 보이는 정서 반응의 형태는 동일해야 한다(Izard, 1994). 유아들은 커다란 소리에 두려움 또는 호흡곤란 등의 반응을 보인다. 그러한 반응은 즉각적이며 학습되지 않은 것으로, 유아들은 특정 자극에 대해 일반적인 정서 반응을 하도록 '만들어진 상태'에서 태어난 것 같다(Tomkins, 1962). 유아들은 다양한 정서 상태를 표현하는 표정을 가지고 있다. 성인의 혐오에 해당하는 싫어함, 슬픔이나 괴로움의 신호인 울음 등이 그 대표적 예이다. 이 외에도 적지 않은 정서 반응들이 문화권과 관계없이 유사하다. 신체적 고통에 대한 반응에서 미국과 일본의 유아들은 유사한 표정과 신음, 몸부림을 보였다(Camras et al., 1993). 그 외에도 유아들은 다른 사람의 정서 상태를 해석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4〜6개월 된 유아들에게 놀람, 두려움, 노여움 중 한 가지 표정을 짓고 있는 성인의 얼굴을 반복적으로 제시하여 해당 자극들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도록 한 후,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들을 제시하자 유아들은 새로운 자극에 관심을 보였다(Serrano et al., 1992). 이는 6개월 미만의 영아들도 서로 다른 정서 표현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으로, 정서를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문화적으로 보편적임을 시사한다. 또한 유아들은 행복한 표정에 대해서는 웃거나 다가가려는 반응을 보인 반면, 화난 표정에 대해서는 얼굴을 찡그리거나 고개를 돌렸는데, 이것은 유아들이 타인의 정서를 인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의미까지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Serrano et al., 1995).

정서의 표현은 유아가 성장하면서 점차 분화한다(Camras, Oster, Campos, & Bakeman, 2003). 가령 분노와 슬픔의 분화는 두 살 초기부터 나타나고(Hyson & Izard, 1985), 학령기 정도의 아이들은 모든 정서를 표현할 줄 알게 된다(Casey, 1993). 정서 표현은 학습의 결과가 아니라 유전된다는 증거는 선천적 맹인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Matsumoto와 Willingham(2006)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장애인 올림픽에서 시합이 끝난 후 정상인 선수와 맹인 선수의 표정을 비교하였는데, 그들의 표정에서 구분할 만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대다수의 맹인 선수들이 선천적인 맹인이기 때문에 그들이 지은 표정이 학습된 것일 리는 없다. 따라서 정서의 경험과 표현에 대한 능력은 생득적인 것으로 보인다.

 

 

2. 구성주의적 관점

 

정서와 그와 관련된 행동이 모두 보편적이라고만 보기에는 어렵다. 기본정서의 표현과 인식에 대한 보편성이 있지만, 모든 정서 표현이 보편적이거나 모든 정서가 문화와 관계없이 동일한 방식으로 표현된다고 볼 수는 없다. 비록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동일한 정서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인간의 정서 경험에는 문화의 영향력이 존재한다. 정서의 생물학적 기제는 보편적이지만 이 기제는 문화와 상호작용하여 정서의 평가와 표현에 대한 특정 문화의 고유한 규칙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이러한 규칙을 통해 문화적으로 적절한 정서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

 

표정인식의 문화차. 예를 들면 문화에 따라 더 민감하게 경험되는 정서들이 있다. 미국인들은 분노와 혐오의 결과에 대해 무력감을 느끼며 압도된다고 생각했고, 일본인들은 수치 및 죄책감에 대해 더 민감했다 (Matsumoto, Kudoh, Scherer, Wallbott, 1988). Scherer(1997a, 피는 세계를 북중유럽, 지중해권, 북미,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의 6개 권역으로 나누고 각 권역 사람들의 정서 평가를 조사하였다. 그에 따르면, 정서 유발 사건들에 대한 평가에서 아프리카사람들은 다른 권역의 사람들보다 불공정성, 외적 원인, 지속성을 더 높게 평가하였으며, 남미권 사람들은 다른 이들보다 지속성의 지각에서 낮은 점수를 보였다. 이러한 차이는 타인의 표정을 인식하여 정서를 판단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렇게 정서 유발 사건 및 정서에 대한 평가가 문화에 따라 다르다는 점은 정서의 보편성을 가정하는 연구들의 한계로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한 문화의 정서를 표현하는 표정은 관찰자가 누구냐에 따라 인식률에 차이를 보인다. 미국인들의 얼굴 사진을 제시했을 때 영어권 국가의 참가자들이 보인 정서 인식률이 인도-유럽권 언어 사용자들(예, 스웨덴, 그리스, 스페인) 보다 높았으며, 인도-유럽권 참가자들은 비인도 유럽권 참가자들(예, 일본, 터키, 말레이시아) 보다 높았다. 또한 이들의 인식률은 문자가 없는 문화권의 참가자들(예, 뉴기니의 일부 종족) 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Russell,1994). 또한 보편적 정서들에 비해 모욕, 부끄러움, 연민과 같이 덜 기본적인 정서들의 인식률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Haidl&Keltner, 1999)는 것도 정서의 표현과 인식에 문화와 사회적 맥락이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서표현에서의 문화차. 문화는 해당 문화에서 선호하는 가치와 관련하여 특정 정서의 표현을 억제하거나 권장하는데, 이것을 문화 표출 규칙(cultural display rule)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Ekman & Friesen, 1969). 가령 뉴기니의 Kaluli족은 강하고 극적으로 정서를 표현하는 반면, 발리인들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강한 감정 표현을 피한다. 중국의 유아들은 미국이나 일본에 사는 비슷한 월령의 유아들보다 정서 표현의 정도가 약하다(Camras et al., 1998). 
개별적인 정서 표현의 강도에서의 문화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Utku Eskimo 족은 공공장소에서 화를 내는 것을 강하게 비난하며, 아람의 유목민족들은 모욕을 당하고도 화를 내지 않는 것은 대단히 불명예스러운 일로 간주한다. 미국인들은 당황했을 때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내리깔며 얼굴을 만지는 등의 많은 표현을 하는 반면, 인도인들은 혀를 조금 깨무는 것으로 그친다(Haidt & Keltner, 1999). 지중해 문화권에서는 고통을 더 강하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병원에 입원한 이탈리아계  환자들과 아일랜드계 환자들을 비교했을 때, 이탈리아계 환자들이 고통을 더 많이, 더 큰 소리로 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지중해 환자들의 경향은 미국 병원의 간호사들 사이에서 ANlS(Acute Mediterranean Syndrom:급성 지중해인 증후군)라는 농담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Heine,2008).

 

다양한 정서의 표현은 기본정서를 경험하는 상황이 아니라 복잡한 문화적 맥락이 개입하는 경우에 주로 나타난다. 이것은 적어도 기본정서가 아닌 문화적 정서의 경우에는 정서의 경험과 표현이 보편적이지 않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다. 정서의 보편성에 대한 논의들은 각각 정서의 생물학적 기원과 사회문화적 기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정서는 이들 두 기제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으로, 어느 한쪽의 입장으로 정서를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Mesquila & Frijda, 1992). 정서란 개인이 부딪치는 상황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유발되는 것으로, 이러한 평가 차원 중에는 보편적인 것도 있고 문화 특수적인 것도 있기 때문이다. 

 

분명 여러 문화 사이에는 유사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다. 유사점은 대체로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의 보편성에서 연유하며, 차이점은 환경의 차이와 거기에 기인한 삶의 양식에 대한 서로 다른 의미체계, 곧 문화에서 유래하는 것이다(Ellsworth, 1994). 정서가 개인을 둘러싼 상황 평가의 결과라면 이는 생물학적 특성보다는 상황에 대한 의미체계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문화적으로 조건화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정서는 해당 문화의 도덕적 규범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White, 1993). 따라서 현재로서 보편주의와 구성주의적 관점은 상호배타적이 아닌 상호보완적인 접근으로 보는 것이 최선이고 이러한 입장은 대단히 광범위하게 인정받고 있다(Russell, 1991).

 


3. 문화적 정서 

 

정서의 구성과 해석. 과거 심리학에서 정서는 문화와 관계없이 보편적인 것이라 여겨져 왔다. 기쁨, 슬픔, 분노, 공포 등의 정서는 발생적인 측면에서 생물학적인 기원을 갖기 때문에 이러한 견해는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비교문화심리학의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면서 문화에 따라 개인이 경험하는 정서의 질이 다를 수 있다(Markus& Kitayama, 1991a)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또한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서가 문화 보편적이라는 기존의 관점은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

물론 정서가 문화에 따라 다르다는 말은 정서의 생물학적인 과정이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Russel, 1991). 어떠한 정서가 발현되는 생물학적인 과정은 문화를 떠나서 보편적일 수밖에 없다. 대신에 정서에 대한 해석은 문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Mesquila & Walker, 2003). 즉, 정서가 문화에 따라 다르다는 말은 어떠한 정서에 대한 해석과 설명이 문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어떠한 정서가 한 문화에서 독특하게 경험되는 성질의 것이라면, 그것의 배경이 되는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러한 견해와 연구 결과들은 문화가 해석의 체계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며, 그동안 보편적인 것이라 생각된 정서 역시도 문화와 독립적으로는 고려하기 힘들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Schachter와 Singer(1962) 그리고 Lazarus(l968)가 제안한 정서에 대한 인지 이론에 따르면, 정서는 생리적 반응만 아니라 개인이 처해있는 상황과 그 상황에 대한 개인의 해석과 평가에 의해 결정된다. 즉, 정서에 대한 해석과 정서적 경험은 환경과의 계속적인 상호작용으로 생성된다는 것이다. 이때 어떤 정서를 유발한 상황과 생리적 반응에 대한 해석에는 언어의 역할이 지대하다. 정서는 언어를 통해 표현되고 또 인지되는데 어떤 문화에서 어떤 정서에 대한 특정한 용어가 있다면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그 정서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VVierzbicka, 1995). 예를 들어, 정과 sympadiy(동정, 공감으로 번역)가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더라도 그 정서적 경험의 내용이 같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정이라는 정서는 우리 성과 같은 문화적 정서 체계 속에서 경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정과 sympathy를 비교한다면 이러한 정서적 경험의 체계에 비추어서 고찰해야 한다(김정운,2001).

 

언어와 정서 경험. 정서의 경험이 언어적 해석과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면, 정서를 표현하는 단어의 다양성은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정서의 질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에는 2,000개가 넘는 정서 표현 단어들이 있으나, 말레이시아의 Chewong 족은 겨우 8개의 정서 단어(분노, 공포, 부끄러움 등 Ekman의 기본정서와 유사)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Heine, 2008).

또한 문화는 정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우간다의 Buganda 족은 슬픔과 분노를 구분하지 않으며, 오스트레일리아의 Gidjingali aborigine 족은 한 단어로 부끄러움과 공포를 표현한다. 사모아 단어 alofa는 사랑과 연민이라는 뜻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Utku Eskimo는 친절함과 감사를 구분하지 않는다. 미크로네시아의 Ifaluk족은 심지어 '정서'에 해당하는 말 자체가 없다. 이들의 정서 경험이 우리와 같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Heine, 2008).

한 문화의 정서를 표현하는 단어들이 다른 문화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다른 문화의 사람들이 그 같은 정서를 전혀 경험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상이한 문화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심리적 경험을 구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독일어의 Schadenfreude(다른 사람의 불행에서 느끼는 즐거움)라는 단어가 있다는 사실은 독일인들에게는 그러한 감정 상태나 상황을 확인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다른 문화 사람들에 비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한(恨)은 한국만의 고유한 정서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한자문화권인 중국과 일본에도 한(恨)에 대한 정서 경험이 존재하고, 서구 문화권에서도 이와 유사한 질의 경험은 있을 것이다. 한(恨)이 한국의 문화적 정서라는 진술은 한국인들이 한이라는 용어를 통해 자신의 심리적 경험을 구성하며, 한을 경험하고 표상하는 방식이 한국인들과 한국 문화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다른 심리적 경험을 구성하는 데 어떠한 기능 혹은 역할을 맡고 있다는 뜻이다. 즉, 다른 문화권 사람들에게 한(恨)과 유사한 어떤 정서는 한국인들이 ‘한(恨)’으로 표상하고 인식하고 있는 정서와는 질적으로 다르게 받아들여지며, 사람들의 동기 및 행동 체계에 미치는 영향 또한 다를 수 있다. 

 

토착 정서들의 예. 특정 문화의 언어로 표현된 정서는 그 문화 내에서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는 몇 가지의 토착 정서들을 소개한다. 먼저 Liget은 필리핀 북부에 사는 수렵, 채집민족 Ilongot 족의 토착 정서로, 그 뜻을 최대한 가깝게 옮기면 분노, 열정과 에너지가 합쳐진 정서를 의미한다(Heine, 2008). Liget은 어떤 사람이 모욕당하거나, 화가 났을 때, 실망했을 때, 특히 누군가가 부러울 때 경험할 수 있다. Liget은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경험되는데, 특히 누군가와 경쟁하고 상대의 성취를 부러워하는 맥락에서 비롯된다. Liget은 또한 에너지의 원천이기도 하다. 

Ligel을 느끼는 사람은 밭에서 하루 종일이라도 일할 수 있으며, 평소에는 못 올랐던 높은 나무도 오를 수 있다. Schadenfreude는 독일어로, 다른 사람에게 생긴 곤란한 일을 보았을 때 경험하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이다. 우리말로 '쌤통’이 연상되는 이 말의 뜻을 적절히 옮길 만한 영어 단어는 없다. Iklas는 자바어(인도네시아)로, 좌절의 기쁨쯤으로 옮길 수 있는 정서이다. Song은 이팔루크어(미크로네시아 원주민 언어)로 분노와 슬픔을 의미한다. Gurakadi는 기딩갈리(호주 원주민 언어)어로, 공포, 두려움, 불안, 겁 많음, 수치 등을 지칭한다.

 

 

 

 

출처 : 현대심리학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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